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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의 물결 속, 가정식의 퇴장

by 델리아 2025. 3. 25.

패스트푸드의 물결 속, 가정식의 퇴장
패스트푸드의 물결 속, 가정식의 퇴장

 

사라져가는 집밥의 의미를 돌아보며 편리함을 앞세운 외식 문화, 어디서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 각종 배달앱 속 셀 수 없이 다양한 음식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지 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그 편리함 뒤에 무언가 소중한 것이 조용히 퇴장하고 있음을 눈치채셨나요? 바로 ‘집밥’입니다. 이 글에서는 가정식이 점점 사라져가는 배경과, 그 속에 담긴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집밥, 단순한 한 끼가 아닌 ‘문화’였다


한때 한국인의 일상은 ‘밥, 국, 김치’로 대표되는 가정식으로 채워졌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가족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함께하는 풍경은 너무도 자연스러웠죠. 아침밥을 챙겨 먹이고 등교·출근시키던 부모님의 손길, 저녁 식사 후 함께 나누던 이야기까지 집밥은 단순한 식사 그 이상이었습니다. 음식을 만들고 함께 먹는 과정 속에 ‘정(情)’과 ‘돌봄’이 녹아 있었고, 이는 가족을 하나로 묶는 끈이자 공동체 문화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풍경은 점점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식사는 점점 간소화되었고, 집에서 요리하기보다는 밖에서 해결하는 것이 더 익숙해졌습니다. 특히 1인 가구의 증가와 맞벌이 부부의 일상 속에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가정식보다는 즉석식품이나 외식이 더 효율적인 선택지가 되었죠.

전통적인 식단은 단순히 영양학적 균형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철 재료를 이용하고, 손수 음식을 만들며, ‘기다림’과 ‘정성’이라는 요소가 깃든 집밥은 자연스러운 식문화 교육이자 건강한 식습관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는 그 느림을 감당할 여유조차 잃어가고 있습니다.

 

패스트푸드와 배달 음식, 익숙함의 무게


패스트푸드는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음식이 아닙니다. 햄버거, 피자, 치킨은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주문할 수 있으며, 30분 안에 도착하는 배달 음식은 ‘편리함’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밀키트와 냉동식품도 눈부신 기술 발전으로 빠르게 대중화되며 집밥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죠.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는 ‘시간’과 ‘노동’을 줄인 대신, 건강과 정서적인 측면에서의 희생이 뒤따릅니다. 패스트푸드는 높은 열량과 나트륨, 포화지방 등을 포함하고 있어 과다 섭취 시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 식사를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로 여기는 인식이 굳어지며, 음식의 의미나 가치, 나아가 ‘함께 먹는 기쁨’까지도 퇴색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음식이 단지 맛있는가보다, 얼마나 ‘빨리’ 나오는가, ‘간편’한가가 중심이 되는 시대입니다. 배달앱을 열면 수천 개의 음식점과 다양한 메뉴가 눈앞에 펼쳐지고, 리뷰와 별점으로 평가되는 음식들은 어느새 진짜 맛과 정성을 대신하는 기준이 되어가고 있죠.

이러한 환경은 특히 어린 세대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정성껏 차려진 식사보다는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식사, 냉동식품과 치킨, 라면 등으로 구성된 식단에 익숙해지며 음식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다시, 집밥을 생각해야 할 때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로 가정식을 잃어버리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잠시 잊고 있을 뿐일까요? 다행히도 최근에는 ‘슬로우 푸드’, ‘홈쿡’, ‘로컬푸드’ 등 전통적인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주말에는 직접 장을 보고, 소박하게나마 가족끼리 한 끼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죠.

SNS에서는 집에서 만든 소소한 집밥을 공유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고, 유튜브에서도 ‘요리 브이로그’, ‘엄마밥 따라하기’ 같은 콘텐츠들이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음식이 아닌 정서적 연결과 기억, 가족 간의 온기를 되찾고 싶은 마음의 반영일지도 모릅니다.

집밥은 복잡하고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간단한 된장국, 계란말이, 밥 한 공기만으로도 충분히 한 끼가 될 수 있고, 누군가를 위한 따뜻한 마음이 담기면 그 자체로 완전한 식사입니다. 또한 전통 식단을 되살리는 일은 곧 우리의 식문화와 농산물 소비, 지역 경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맛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식사’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요.


패스트푸드는 빠르고 편리하지만, 그 안에는 시간의 축적이나 정성은 담기 어렵습니다. 반면 집밥은 느리지만,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온 문화이자 정서입니다. 우리가 매일 맞이하는 한 끼 식사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의미가 담겨 있죠.

바쁜 삶 속에서도 가끔은 천천히 밥을 짓고, 음식을 나누며, 함께 식사를 즐기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사라지는 듯하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집밥, 그 따뜻한 가치를 다시 기억해야 할 때입니다.